일상 속의 단상(短想)

by 행진
색깔
 "TV, 책을 말하다"를 봤다. 너무 늦은 시간에 해서 그렇게 챙겨보는 편도 아니고 가끔씩 채널 돌리다가 멈춰서 잠깐 보기도 한다. 그런데 어제의 테마 책은 <호모 엑세쿠탄스>였다. 당연히 작가인 이문열이 출연했고 더군다나 패널 중에 이명원이 나와 재미있겠다 싶어 보았다. <호모 에세쿠탄스>는 출간되자마자 바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소설의 정치참여 정당성에 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다 알다시피 초베스트셀러작가인 '이문열'이란 작가가 가지는 파워가 워낙 크기도 하거니와 그의 편향된 정치적 성격 때문이다.

 이문열의 소설을 나는 한 편도 읽어본 적이 없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티비에서 하는 영화로 본게 고작이다. <황제를 위하여>나 <사람의 아들> 에 대해 호평하는 몇 분들을 보기도 했지만 반대로 다른 소설에 대해 혹평하는 분도 많아 그렇게 이문열의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내가 읽고 싶지 않다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성격과는 무관하다면 거짓말이지만 썩 손이 가진 않았다.

 <호모 엑세쿠탄스>를 읽어보지 않아 직접적으로 평하기는 힘들지만, 어제 줄거리를 들려줬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스토리였다. 줄거리 자체만 들어도 너무나 추상적이랄까? 이문열은 이 소설을 쓴 계기가 2002년 한국사회가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속에 있다고 판단하고 현재의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위기의식을 느껴 쓰게되었다고 한다.

 이문열은 그의 정치적 궤적과 행로 그리고 소설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와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그를 충분히 비판할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파는 우파대로 좌파는 좌파대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드러내면 된다.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이 편으로 데려올려고 할 필요는 없다.

 최장집 교수가 지적하듯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애요인 즉 문제점은 이념적으로 협애한 보수 독점적 정당체제에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편협성이 가져오는 정당체제의 낙후성으로 인해 정당이 사회 저변의 균열과 갈등을 폭넓게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을 포괄하는 보편적 시민권의 확대를 통하여 실질적 수준의 민주화를 수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으로 대표되어 조직화되고 경쟁해야 될 것들이 정당이 아닌 거리에서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종강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노동자이고 그 가족들'로 살아가고 있지만 노동을 천대시하고 노동운동을 불온시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펴는 현정부의 노동배제적 정책은 이러한 거리에서의 갈등을 더 초래하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좌파란 무엇인가? 소련의 사회주의 실험의 실패이후 자유주의 진영은 이른바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다. 과연 그러한가? 좌파가 가지는 진보적 가치가 여전히 이 시대에도 유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일반인 대부분에서 '좌'파라는 말 자체에서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전쟁 이후 군사독재의 기나긴 시간 동안 철저히 '사회주의'는 곧 북한이 되었고 소련붕괴와 함께 북한의 몰락은 사회주의는 실패한 이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우선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안전망을 비롯한 복지정책은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즉 사회주의가 꼭 북한과 소련의 모습을 띠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주의는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와 대칭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 일반은 보통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도 물론 여러모습을 띤다. 일본이나 미국 등 자유민주주의에도 여러 모습이 있듯이 북한과 소련의 사회주의가 '좌'로 대표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른바 '국익'이라는 명제 아래 같은 이익을 가지고 있진 않다. 예를 들면 노동자의 이익과 자본의 이익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하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며 그러한 갈등과 균열을 정당으로 대표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사회에서 역사적으로 누적된 사회경제적 균열이 정당으로 조직되지 않는 한,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현대사는 화해될 수 없으며, 따라서 한국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건설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창출될 수 없다. 그 양자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실질적 민주화와 정당체제의 구조개혁이라 하겠다." - 최장집. 민주주의의 민주화, 28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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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책을 말하다>에 패널에 이명원이 나왔다. 이명원이 낸 책 중에 <파문>과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를 몇 년전에 봤는데 오래되서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 <파문>에서 이문열의 소설을 거의 비난에 가깝게 비평한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문열의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가 아마 이명원의 이책을 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쨋든 지적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오는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차분한 느낌이 그의 말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경청하게 했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몇 번이나 퇴고를 거듭한 글처럼 정갈하고 조리있었다.  

by 행진 | 2007/02/06 18:17 | 단상/短想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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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_푸훗_ at 2007/02/08 02:06
이문열이 요즘 네이버에 삽질하고 있답니다. 지식in에 질문을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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